‘외인촌’,‘추일서정’등의 모더니즘 시로 유명한 김광균 시인이 백일에 썼던 ‘굴레’를 서울공예박물관이 수증

▲ 서울공예박물관, 시인 김광균의 굴레 기증받아 전시 예정

[디스커버리뉴스=정기환 기자] 서울공예박물관은 한국 모더니즘 시를 대표하는 시인 김광균이 어린 시절 착용했던 ‘굴레’를 기증받아 5월경 전시에 선보일 예정이다.

이는 개성 지방의 특징적 양식을 보여주는 가치 있는 자료로 국가등록문화재 등록도 신청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광균은 1930년대 한국 모더니즘 시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탁월한 감수성을 회화적 수법으로 표현했다.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 ‘자욱한 풀벌레 소리 발길로 차며’ 등의 시구는 지금도 고등학교 국어 수업시간에 등장한다.

김광균은 열세 살에‘가신 누님’을 발표했고 1939년에는 첫 시집‘와사등’을 발간했다.

정지용, 김기림 등과 시단의 주요 이미지스트로 활동했으나 1952년 동생의 사업을 대신 맡으면서 실업가로 변신했다.

회사를 경영하면서 시 발표는 어려워졌으나, 문화예술인과의 교류는 계속됐다.

이중섭, 최재덕 등 생활형편이 어려운 예술인을 물심양면으로 후원했고 이러한 일화는 국립현대미술관의 기획전시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에도 소개됐다.

김광균의 시는 세련되고 현대적인 이미지로 유명하지만, 이번에 딸 김은영이 서울공예박물관에 기증한 ‘굴레’는 대중에 알려지지 않은 그의 어린 시절과 당시의 전통을 떠올리게 한다.

김광균의 어린 시절 모자는 그가 백일과 돌 때 착용하였던 ‘굴레’로 고향인 개성의 지역양식이 잘 나타난다.

김광균이 태어날 당시 그의 아버지는 선죽교 부근에서 규모 있는 포목 도매상을 운영했고 김광균은 육 남매의 장남이었으므로 어머니는 그의 굴레를 정성을 다해 준비하였을 것이다.

굴레는 과거 어린이들이 썼던 모자로 긴 옷감 가닥을 연결해서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4~5세까지 남녀 모두 착용하며 주로 돌 때 많이 착용해 속칭 ‘돌모자’로 부르기도 했다.

아이가 건강하고 잘 자라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보석과 자수, 다양한 옷감으로 장식해 어린이 모자 중 가장 화려하다.

서울과 개성에서 많이 보이는데, 봄부터 가을까지 쓰는 세 가닥 형태는 서울지방에서 많이 착용해서 ‘서울 굴레’, 겨울용인 열 가닥 내외 형태는 개성지방에 많아서 ‘개성 굴레’로 불렸다.

개성의 복식은 겨울이 길어 서울지방에 비해 두꺼운 옷감과 털을 사용한다는 특징이 있으며 상업이 발달해 밀화, 진주 등의 보석을 의례복식에 비중 있게 사용한 경우가 많다.

김광균의 굴레는 정수리에 다홍색 실타래를 꽃 모양으로 올리고 노란색 보석인 밀화로 장식했다.

얼굴 주변과 뒷부분에는 학·사슴·모란 등의 동식물과 ‘壽富多男’ 글자 등 무병장수와 부귀를 기원하는 문양을 가득 수놓았다.

기증자 김은영은 2019년, 2022년 두 차례에 걸쳐 김광균의 ‘굴레’를 포함한 총 57점의 자료를 서울공예박물관에 기증했다.

여기에는 어머니이자 김광균 시인의 배우자 김선희의 결혼예복인 국가등록문화재 ‘김선희 혼례복’도 있는데, 이 옷 역시 보존상태가 매우 우수하고 개성원삼의 특징인 홍색 선단 장식이 잘 나타난다.

‘김선희 혼례복’은 김광균 시인의 배우자 김선희가 1935년 결혼식에 입었던 원삼과 치마, 띠 일습이며 근대시기 직물과 복식의 형태를 알 수 있는 우수한 자료로 인정되어 2013년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됐다.

김광균의 백일모자는 착용자와 지역을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근대시기의 중요자료이므로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 신청할 예정이며 정수리 장식 등을 보존처리 후 올해 5월경 서울공예박물관 직물공예 상설전시실에서 전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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