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커버리뉴스=정기환 기자] “할머니와 청년이 친해질 수 있을까?” 할머니에게 요리를 배우는 손녀를 콘셉트로 함양군 할머니와 도시 청년을 연결하는 곳이 있다. 행정안전부의 청년마을 만들기 지원 사업을 통해서 함양의 '숲속언니들(대표 박세원)'이 지역과 상생하는 청년 마을을 만들어 가는 경상남도 함양에 위치한 청년마을 ‘고마워,할매’가 바로 그곳이다.

고향인 함양에 돌아와 마을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묻어 있는 집밥을 보며 청년마을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는 박세원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 청년마을 고마워,할매 비밀 레시피

박 대표는 ‘고마워,할매’를 운영하며 두 세대가 요리를 통해 교감하며 몸과 마음까지 치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한다.

“할머니 레시피를 배운다는 건 조리법 전승을 넘어선 의미가 담겨 있다. 청년들은 할머니의 따뜻함으로 위로를 받고 할머니들은 가르치는 과정 속에서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마워, 할매에 오는 청년들은 모두 ‘할매의 레시피’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할매의 레시피’는 함양 할머니의 특별한 요리 비법을 가르치고 배우는 시간이다. 올해 10개가 넘는 할머니 레시피가 청년들에게 전수되었고 해당 레시피는 동영상, 일러스트, 웹툰 등 청년의 시각으로 새롭게 기록되었다.

“특히 ‘양파 김치’는 고마워,할매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였다. 고마워,할매 참가자들은 양파 김치 레시피를 배운 이후 스스로 요리를 만들어 SNS에 인증샷을 올렸다. 자연스럽게 ‘레시피 챌린지’가 시작되어 숨겨져 있던 함양 할머니의 ‘양파 김치’가 온라인을 통해 알려졌다”

■ 할매의 인생 레시피

‘아무 남자나 만나면 안 된다. 사람마다 그릇이 다 있다. 그 그릇에 맞는 역할이 있고 거기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 이처럼, 고마워,할매에서는 요리 이외에도 할머니들의 따뜻한 조언이 담긴 인생 레시피를 배울 수 있다. 이 레시피는 할머니와 교감하며 특별 전수가 이뤄진다. 청년의 때에 가장 고민되는 결혼, 진로, 관계 등 깊은 삶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작년 영화 미나리가 흥행하며 청년들은 윤여정 배우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집중하고 열광했다. 연륜에서 나오는 지혜와 통찰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청년은 지혜를 배우기 위해서 돈을 지불하고 시간을 내기도 하는데 함양에서는 이곳에 계신 할머니에게 가까이에서 배울 수 있다”

박 대표는 ‘레시피’의 범주를 요리에서 인생으로 넓혔다. 다양한 재료를 잘 다뤄 하나의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처럼 고마워,할매는 할머니와 청년, 전혀 다른 두 세대를 엮어 하나의 맛있는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곳이다.

■ 문화 콘텐츠 레시피의 장으로

2023년, 고마워,할매는 할머니와 함께 함양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식당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할머니가 직접 헤드 쉐프가 되어 계절별로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고 할머니와 청년의 이야기를 담은 요리도 선보인다는 것이다.

“청년마을을 통해 청년들이 경험했던 할머니의 따뜻한 손맛을 이제는 청년과 할머니의 이색적인 콜라보로 전국민에게 제공하게 될 것이다. 건강한 식재료로 만들어 한 끼 식사로 치유가 일어나는 밥상을 할머니와 함께 만들고 싶다”

“이러한 식당에 대한 꿈을 향해 현재 계속해서 하나하나 실천해 나가고 있다. 최근 고마워,할매 4기를 참여한 청년들은 할머니로부터 전수받은 보리새우뭇국과 고추장불고기 레시피로 50인분을 만들어 수동면 남계마을 면장과 면사무소 직원들에게 제공했다. 할머니와 청년들을 통해 따뜻한 손 맛이 마을주민들에게 전해지고 그들의 반응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할머니들의 요리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알리기 위해 청년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사용해 할머니와 함양 문화가 발전하는 데 기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제철에 나오는 식재료로 만든 할머니들의 요리 레시피 다이어리와 달력을 제작할 예정이다. 그 달의 요리가 소개되며, 할머니들의 재치 있는 한마디를 할머니들의 손글씨로 넣고 자주 가시는 함양의 숨은 장소들을 함께 그려 유일무이한 그림 달력으로 다이어리로 만들 계획이다. 할머니의 한 레시피를 통해 청년들은 청년의 관점으로 재해석하여 또 다른 다양한 형태의 레시피를 만들어 내고 있다”

한편, 오는 11월 말 고마워,할매 1기에서 4기 참여청년들이 모이는 홈커밍 데이 Home Coming Day를 통해 그동안 할머니들께 전수받았던 모든 레시피를 팝업 스토어 형태로 전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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