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멍
▲밭멍

[디스커버리뉴스=정기환 기자] 높은 산세 사이에 위치한 영월 상동의 작은 마을에는 나뭇잎 모양의 밭이 있다. 이 밭을 가꾸고 있는 청년마을 ‘밭멍’은 지속가능한 농업, 퍼머컬처(Permaculture)를 지향하며 기존에 없던 새로운 자급자족 라이프스타일을 실험하고 있다.

‘밭멍’은 행정안전부의 2022년 청년마을 만들기 지원사업에 선정된 농업회사법인 ㈜이었던(대표 김지현)이 운영하는 청년마을이다.

농사가 주는 부정적인 인식과 기능적 한계를 보완해 나가며, 퍼머컬처(Permaculture), ‘지속적’이란 의미의 퍼머넌트(Permanent)와 ‘농업문화’ 아그리컬쳐(Agriculture)의 합성어로 ‘지속가능한 농업 문화’를 만들어 간다는 방침이다. 밭멍 청년마을에 참여한 청년들은 지속가능한 새로운 농업 문화를 즐기고 자급자족 라이프스타일을 체험할 수 있다.

■ 환경문제의 뿌리인 기존 농업 방식 타파

자연과 가장 가까이 맞닿아 있는 농업이 환경을 파괴하는 주범으로 밝혀진 것은 꽤 오래 되었다. 밭멍의 운영진 손태원 청년은 다양한 농사법을 경험하며 깨닫게 된 현대농업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환경문제를 공부하다 농업이 생산성을 추구하며 환경을 직접적으로 파괴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다양한 산업군이 먹거리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농사가 환경문제와 해결의 뿌리다!’라는 생각했다. 결국 농업의 방식부터 바꿔야 생활의 모든 부분이 친환경으로 바뀔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의 농사법이 아닌 환경을 살리는 농사법으로 현재 밭멍은 2천 평 정도 되는 밭에서 약 40가지 작물을 키우고 있다. 기존 농법에서 사용하는 농약 대신 자연을 활용한 방법으로 식물들이 잘 자라도록 실험해 나간다.

“밭멍에서는 배추 하나를 심더라도 여러 도전을 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배추를 심을 때 ‘메리골드’라는 꽃과 같이 심고 어떤 벌레들이 모여드는지 관찰한다. 그 다음 배추 사이에 쪽파를 심어 어떤 벌레들이 쪽파를 싫어하는지 알아볼 수 있다. 이와 같이 밭멍에서는 지속가능한 농사에 대한 깊은 고민 아래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를 해 나가며 이러한 가치와 방법을 더 많은 청년들에게 알리고 경험시키고자 한다”

■ 밭에서 문화 향유, 그리고 함께 만드는 자급자족 라이프 실험

농부의 삶에 대한 새로운 접근은 농업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농부가 단순히 고되게, 바쁘게 농사짓는 사람이 아니라 밭을 기반으로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만들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밭멍 청년마을에 온 청년들은 퍼머컬처를 기반으로 이러한 밭멍만의 새로운 문화와 자급자족 라이프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었다.

실제, 지난 7월부터 9월까지는 프로그램을 총 3기수를 운영하며 청년들에게 ‘잘먹고 잘살기 위한 자급자족라이프실험소’ 체험을 제공했다. 주로 자연을 좋아하고 궁금해하는 다수의 청년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밭과 농사와 친해지는 시간을 갖고, ‘고기없는 금요일’은 직접 수확한 채소들로 음식을 만들며 아침 식사 또한 ‘팜투테이블’로 해결했다. ‘폐 팔레트’로 만든 닭장과 땅 냉장고에서 계란과 당근을 가져와 건강하게 점심을 먹는다. 또 청년들이 힘을 모아 황토로 ‘어스(Earth) 오븐’을 직접 만들어 피자를 구워 먹기도 했다. 식사가 끝나면 음식물 쓰레기를 자체 순환해 밭에 뿌리는 ‘퇴비장’을 이용해 뒷정리를 하고 볏짚을 단열재 삼는 ‘스트로베일 하우스’에서 낮잠을 청하며 휴식을 갖곤 했다. 또한 직접 수확한 채소와 가공한 상품을 판매하는 경험을 통해 자연농법을 통한 비즈니스를 작게나마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지속가능한 농업을 꿈꾸던 사람들이 모여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실험하고 도전했기에 퍼머컬처라는 새로운 문화의 씨앗이 발아할 수 있었다. 밭멍 역시 청년마을을 통해 같은 가치를 지향하는 청년들을 모으고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외부로 확장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가치라는 것은 말로 설명하기가 참 어려운 것 같다. 오히려 밭에서 직접 수확한 재료를 먹어보는 등 복합적인 활동으로 경험했을 때 자연스럽게 공유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조금 느릴 수 있겠지만, 이 방법을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퍼머컬처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에서 퍼머컬처로 먹거리 선순환을 실천하며 자급자족 생활의 가능성과 지속가능성을 실험해 나가는 밭멍의 다음 행보와 밭문화 콘텐츠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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